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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송 [압축의 시간展]
전시안내
전시명
이지송 [압축의 시간展]
기간
2023. 5. 4.(목) - 6. 11.(일)
작가
이지송
전시소개
이지송의 작품은 영상의 유혹으로부터 사람들을 깨어나게 한다. 지난 30여년간 길 위를 떠돌면서 풍경을, 시간을 채집했다. 카메라를 가지고 놀 듯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드러나는 상황과 사건을 여러 시점으로 포착하여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 작품은 수십 수백장의 다양한 앵글과 찍는 시도 속에서 수십 수백 시간의 영상을 10분 내외로 편집한 결과이며 다각도에서 포착한 순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축소’시키는 ‘기술적 상상력’의 결과이다. 철학자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는 디지털 사진기와 컴퓨터와 같은 기술적 장치를 통해 드러나는 ‘기술적 형상’을 0과 1이라는 숫자로 재현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이중 구조로 이루어진 추상이라 말한다. 따라서 기술적 형상으로 드러난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대한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텍스트(알고리즘)의 이미지인 것이다.
작가는 태평양 망망대해나, 미 대륙의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땅을 질주하는 장시간 동안 무심하게 찍어낸다. 찍은 이미지를 편집하여 투 채널 스크린에 사선으로 재현해서 엄청난 속도로 바다나 땅의 이미지를 움직이게 만들어 모니터와 스크린 속에서 분할하고 재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익숙한 이미지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시각적 경험이 확장되고 촉각적으로 전환된다. 이것은 재배치된 이미지가 시간을 압축하여 감각을 증폭하고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찰나와 지연된 시간성, 그리고 조작된 시간성이 혼종하는 가상의 이미지가 펼쳐지며, 우리는 작품 앞에서 즉각적이고 실재적인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에 현상학적인 순간, 압축적인 시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 <압축의 시간>은 지난 30여년간 길 위를 떠돌면서 영상으로 채집하여 편집한 작품들을 해체하고 형식화시켜 제작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이내 작가가 지금까지 제작한 영상 작품들이 다시 재료와 소재가 되어 작가 스스로 작품을 압축하고, 무화시키고 폐기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자신의 모든 영상을 하나의 영상 속에 차곡차곡 쌓고 연결해 내는 과정은 작가가 작품 바깥에 서서 자기 작품 제작의 과정을 내려다보는 일련의 수행이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기 마련이지만, 작가가 살아온 삶의 시간이 섞인 작품은 화려한 색을 만들어 낸다. 작가의 시간과 삶이 무겁게 담겨 있음에도 역설적으로 화려하고 풍요로운 것이다. 전시는 삶의 복잡함을 단순화하고 명료하게 인식하는 과정과 가볍고 화려하게 표출되는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이는 삶을 살아낼 가치가 있으며 나의 인식과 무관하게 이미 풍요로운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작가 이지송이 바라보는 세계, 즉 삶에 대한 태도이자 이미지이지 않을까.
관련자료
<91개의 압축의 시간>, 단채널 비디오, 무한루프, 2018-2023
<138개의 압축된 시간>, 단채널 비디오, 무한루프, 2022-2023
<untitle>, 혼합매체, 110x63cm, 2023
<무경계 바다>, 단채널 비디오, Sound 지박, 4분 17초, 2020
Holoubek/백토담, <나의 지형학>, 상호 작용 디지털 설치, 2023
<사랑의 낙서>, 혼합매체, 다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무한루프, 2023
이지송, <떨어져 다시 핀 꽃>, 단채널 비디오, Sound 지박, 4분 28초, 2018